블루오션 찾는다?…먼저 레드오션에 뛰어들어라 2014.07.18
트렌드 변화 읽고 먼저 변하면 꽉막힌 시장서 새로운 시장 열려
■ 강자가 버티고 있는 시장 뒤집은 2人 스토리
'블루오션(Blue Ocean)'은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김위찬ㆍ르네 마보안 교수가 만든 개념이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푸른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야 승산이 있다는 데서 나온 비유다.
기업들이 '신성장동력'을 찾을 때 이 단어는 필수적인 것이 됐다.
반대말은 레드오션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고, 뛰어들어 붉은 적조가 낀 바다다.
기존 강자가 아니라면 이런 레드오션엔 '섣불리 뛰어들지 말라'는 조언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매일경제 MBA팀이 인터뷰를 진행한 리카르도 자코니 킹 창업자 겸 CEO나 윌 킹 킹오브셰이브 창업자 겸 CEO 생각은 달랐다.
블루오션은 한정돼 있고, 블루오션만 찾다가는 타이밍을 놓치기도 쉽다.
차라리 레드오션에 과감히 뛰어들고 깊숙이 파고들어 레드오션에서도 아직 사람들 손길이 미치지 않은 저 깊은 심해의 블루오션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는 이야기다.
2000년대 초 이미 포화상태에 들어간 캐주얼 게임 시장에 진출한 킹은 스스로를 빠르게 변화시키는 '트랜스포머' 전략을 썼다.
다른 사람들이 한 가지 아이템을 정해 '매진'하기만 할 때 킹은 시장을 봤다.
게임은 개발도 중요하지만 유통채널을 잘 확보하는 게 성공의 핵심임을 일찌감치 간파한 것.
한 가지 유통채널에 대한 집착보다는 변화하는 유통채널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켰다.
자코니 최고경영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핵심 경쟁력은 새롭게 탄생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플랫폼을 넘나드며 적응하는 능력이었습니다.
우리가 성공한 핵심 요인이라고 할 수 있죠.
" 레드오션이라 해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 강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뻔하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진리다.
윌 킹은 1992년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당한 실업자 신세였다.
그 전까지 세일즈맨이었던 그는 '이젠 나 스스로 나라는 사람의 보스가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그는 우연한 곳에서 창업 힌트를 얻었다.
피부가 예민했던 그는 면도만 하면 피부 알레르기가 생겼고 상처가 났다.
그래서 면도하는 게 '죽도록' 싫었다.
그런데 우연히 오일을 조금 묻혀 써봤더니 그런 증상이 사라졌던 것.
그는 '면도에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이 나 하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면도용 오일 개발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두 거대 기업이 양분하던 시장에 뛰어들었다.
킹 창업자는 "산업 자체는 레드오션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블루오션을 찾으면 성공할 수 있다"면서
"뻔해 보이는 길을 가더라도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면 그것이 바로 성공"
이라고 말했다.
■ 스마트폰게임 절대강자 리카르도 자코니 킹 창업자
고루하다면 비틀고 바꿔보라…마법과 같은 순간 온다
# 1990년대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게임산업은 급격히 성장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벤처 스타트업이 몰리면서 시장은 푸르디 푸른 '블루오션'에서 경쟁자들로 가득 찬 '레드오션'이 됐다.
수많은 게임업체가 없어졌다.
특히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기존 인터넷과 웹 혹은 피처폰을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던 회사들은 위기를 맞았다.
영국 게임회사 킹(King)은 이런 레드오션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2003년 이미 레드오션이 된 게임시장에 뛰어들어 웹 기반 캐주얼 게임 개발 및 유통회사로 출발했다.
하지만 킹은 이후 남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들의 게임 유통 채널을 빠르게 바꿔 나갔다.
처음엔 웹, 다음은 페이스북, 그다음은 모바일이었다.
레드오션 속에서도 유연하게 스스로를 변화시킨 킹은 '캔디크러시사가'라는 게임으로 세계적 히트를 쳤고, 작년 기업공개(IPO)에선 단숨에 5억달러(약 5000억원)를 모았다.
리카르도 자코니 킹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플랫폼을 넘나들며 그에 맞게 적응하는 능력"이라면서 "시장을 관찰해 변화를 읽어내고 여기에 빠르게 스스로를 맞춰 대응해 비즈니스화하는 게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킹은 어떻게 생겼고, 치열한 시장에서 어떻게 강자가 됐나.
▶킹은 2003년 탄생했다.
10여 년간 무료 캐주얼 게임만을 개발ㆍ배급해왔다.
비교적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강자로 살아남은 진짜 비결은 따로 있다.
게임 업계에선 개발만큼이나 유통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플랫폼, 변화하는 플랫폼을 넘나들며 적응하는 능력을 키웠고, 업계가 진화하는 데 따라 우리도 스스로 진화했다.
또 변화 물결 속에서 기회를 찾으려 했으며, 그 이점을 잘 이용해 비즈니스화했다.
2009년 우리는 페이스북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곧바로 페이스북용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2011년 첫 번째 페이스북용 게임을 론칭했고, 이때 노하우를 활용해 폭발하는 모바일 시장을 겨냥해 최적화된 스마트폰용 게임을 개발할 수 있었다.
2012년 우리는 첫 스마트폰 게임 '캔디크러시사가'를 탄생시켰고, 대박을 터트렸다. 2014년 1분기 우리는 전체 매출 중 75%를 모바일에서 거뒀다.
미국에선 애플과 안드로이드마켓 다운로드 상위 10위 게임에 우리 게임 3개를 올렸다(1위는 캔디크러시사가였다).
2014년 1분기 매출은 6억67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억590만달러)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캔디크러시사가도 처음엔 웹게임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모바일로 성공적으로 바꿨는지.
▶10여 년간 캐주얼 게임만을 개발하면서도 항상 전 세계로 우리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캔디크러시사가는 처음엔 웹 기반 게임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웹게임 방식으로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연구개발을 통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전략을 썼다.
1차적으로 페이스북으로, 여기서 얻은 노하우를 활용해 모바일로 다시 이동한 것이다.
그 어느 업체보다 사용자 피드백을 면밀히 관찰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적극적인 사용자 요구와 피드백을 통해 이같은 트렌드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피드백을 모니터링해 개발팀에 전달하고 게임을 계속 '비트는' 작업을 한다.
이 같은 메커니즘은 다른 게임에도 적용된다. 또 우리 게임은 많은 사람이 모인 거대한 팀에 의해 개발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업데이트와 의사결정이 빠르게 진행된다.
처음 게임 개발을 시작하는 단계에선 뜻이 맞는 사람끼리 자율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소수로 시작해 모든 과정에 대해 완벽한 권한을 갖는다.
피드백에 민감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들은 피드백을 통해 게임을 개선하고 바꿔나가면서 '마법과 같은 순간(Truly magical moments)'을 경험한다고 이야기한다.
-캔디크러시사가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게임이지만 게임 방식이나 메커니즘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왜 성공했다고 보나.
▶캔디크러시사가는 그림이나 블럭을 '바꾸는(Switcher)' 게임이다. 사용자는 '바꾸기'를 통해 3개 혹은 그 이상의 캔디를 조합해 포인트를 얻거나 장애물을 제거하면 된다.
전혀 새롭지 않다. 1980년대 이후 게임 업계에 아주 광범위하게 존재했던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 게임은 거기서 머무르지 않았다.
일견 고루해 보이는 방식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퍼즐을 바꿔서 조합 혹은 재조합해 포인트를 얻는 기존 방식을 넘어섰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레벨 안에서 더 어려운 미션을 수행하도록 했다.
3개 이상을 맞추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레벨은 캔디 위에 씌워진 젤리를 없애야 하고, 어떤 레벨은 특정 블록과 캔디들을 맨 아래까지 내려보내야 하며, 어떤 레벨에선 시간 내에 최대한 빠르게 특정 스코어를 달성해야 한다.
장애물 요소도 재미있게 넣었다.
초콜릿이 갑자기 나타나 캔디 조합을 방해한다든지, 회오리가 일어난다든지 하는. 이처럼 기존에 있던 것(레드오션 영역)이라고 해도, 몇 번을 뒤틀어 큰 재미를 주면 성공한다.
-기업공개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했다.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 포트폴리오가 단조롭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리 게임 포트폴리오는 글로벌로는 4개뿐이다.
캔디크러시사가, 버블위치사가, 펫레스큐사가, 팜히어로즈사가다.
더 많은 게임을 개발하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지만 다른 업체 방식과는 다르게 갈 것이다.
새로운 타이틀 개발과 함께 기존 게임에서 혁신을 보여줄 것이다.
예를 들어 버블위치사가 후속작 격인 게임의 두 번째 버전을 론칭한다거나 캔디크러시사가 자매 격인 캔디크러시소다사가 등을 특정 시장에 선보인다. 완전히 새로운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자산을 살려 확장성을 갖는 것도 좋은 혁신 방법이다.
▷ who he is…
리카르도 자코니(Ricardo Zacconi)는 온라인 포털인 스프레이네트워크 대표와 uDate.com에서 세일즈마케팅 부문 부회장을 지낸 후 2003년 킹(King)을 창업했다.
이탈리아 LUISS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한때 전략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캔디크러시사가 등을 론칭하며 세계적인 게임 거물로 떠올랐다. 킹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 면도용 오일시장 개척 윌 킹 킹오브셰이브 창업자
레드오션에도 남이 안가는 길 있다…호기심·똘끼가 '대박아이템' 원동력
# 면도기 시장은 오래전부터 질레트와 쉬크로 양분돼 있었다.
워낙 강력한 두 기업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어 스타트업들이 '제품'으로 뭔가를 해보려는 시도는 어리석은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1992년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난 윌 킹(Will King)은 여기에서 승부를 보기로 결심했다.
남들이 하는 식으로는 아니었다.
면도만 하면 피부 트러블과 베이는 상처에 괴로워했던 그는 당시 여자친구가 해준 '오일을 묻혀 면도해보라'는 조언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듬해 '레드오션'이었던 면도기 시장에 '면도용 오일(Shaving Oil)'이라는 전무후무한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20년이 지난 지금 '킹오브셰이브(King of Shaves)'는 영국에선 면도용 오일 부문 독보적 1위, 면도기 제품 분야에서도 질레트에 이어 2위 업체가 됐다.
그는 "(레드오션에서도) 기존에 없던 가치를 제공하기만 한다면 승부를 걸 만하다"면서 "내가 면도기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해소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했더니 강자를 위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면도기 시장은 전형적인 레드오션 산업이다. 거대한 강자가 버티고 있다.
▶'우리는 남들이 이쪽으로 갈 때 저쪽으로 간다(We ZAG where they ZIG)' 전략을 썼다.
디자인ㆍ제조ㆍ판매뿐만 아니라 회사의 모든 과정에서 남과 같은 길은 안 간다. 많은 남성들이 그동안 경쟁사가 만든 '캔 용기에 담긴 셰이빙 젤이나 폼(Foam)'으로 면도했다.
우리는 달랐다. 풍성한 거품이 핵심인 그들 제품과 완전히 반대로 아예 거품이 나지 않는 오일을 개발했다.
경쟁사 제품을 쓰면 거품에 얼굴이 다 가려 자신이 어느 부위를 정확하게 면도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제품은 자신이 면도를 하면서 면도 부위를 정확하게 알 수 있고 면도가 잘되고 있는지도 바로 확인 가능하다.
최근 경쟁사가 면도할 때 언제나 셰이빙 제품을 같이 쓰길 권장하는 걸 보고 우리는 아예 그런 제품 없이도 상처 내지 않고 면도가 가능한 제품을 내놨다.
물만 조금 묻히면 되는 제품이다. 레드오션에서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면 된다.
-창업의 첫 시작이 '스스로의 결핍'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재미있다.
▶창업 당시 어느 기업의 세일즈마케팅 담당이었는데 정리해고를 당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창업을 시도했다. '면도만 하면 긁히고 피부 트러블이 올라오는' 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면도용 오일'을 개발했다.
나에게 유용한 제품이라면 남들에게도 유용한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랬다.
지금 50억명 이상이 우리 면도용 오일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을 확신하기는 힘들다. 특히 레드오션에선.
▶사실이다. 창업 당시 돈이 없어서 쩔쩔 맸다.
초기 자본금은 1만5000파운드(약 2500만원)였다.
어머니와 경영컨설턴트 1명, 대학 시절 친구에게서 투자받은 돈에 신용카드와 은행 빚을 끌어다 모은 것이었다.
당시 나는 산업에 대한 공부도 부족했다. 이 일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우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끊임없는 시도를 했으며, 실패를 했고, 교정을 했다. 그
리고는 이 과정을 반복했다.
-확신을 가진 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 성공했나.
▶무엇을 소비자에게 해줄 수 있는지를 정확히 말하고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제품(Great Product) 개발이 우선이다.
킹오브셰이브의 면도용 오일은 킹오브셰이브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줘야 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 봤다. 제품 성분 개발, 패키징, 세일즈, 유통까지 전 과정을 말이다.
2년 동안 혼자 미친 사람처럼 일했다.
그 결과 판매는 증가했고, 이후 런던 해러즈 백화점이나 테스코 같은 곳에도 납품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선 훌륭한 인재를 채용해야 했다. 우리 제품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로 뽑았다.
초기 멤버들은 지금까지도 대부분 함께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두려 했다.
이들은 우리 회사 사람은 아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마다 조언을 해 도움을 줬다.
-킹오브셰이브는 20년 역사의 회사인데도 마케팅이나 PR 방식은 신생 기업처럼 독특하고 유머 있는 것이 많다.
▶나는 내가 약간 '똘끼' 있는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내 아내는 런던의 광고회사인 M&C사치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면서 'AXE Effect(악스 효과)'라는 유명한 광고를 만든 사람이다(AXE Effect는 남성용 디오더런트인 AXE를 차용해 내놓은 유명한 광고 캠페인). '킹스 스피치'를 패러디한 유튜브 영상이나 칫솔이 둥둥 떠 있는 영상을 패러디한 '셰이빙 언더워터'와 같은 아이디어는 아내의 도움으로 만들었다.
이런 독특함에 유머를 더해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우리 제품이 소비자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말하고 싶었다.
▷ who he is…
윌 킹(Will King)은 영국 출신으로 포츠머스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작은 회사의 세일즈맨으로 일하다 해고된 후 1993년 '킹오브셰이브'를 창업했다.
면도용 오일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했고 20년간 50억개 이상을 판매했다. 2000년대 이후론 면도기 개발에도 나서 물만 묻혀 면도가 가능한 하이퍼글라이드(Hyperglide) 제품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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