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인성교육은 어른의 솔선수범

 

[세상사는 이야기] 최고의 인성교육은 어른의 솔선수범 

지난 7월 21일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고 있다.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해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왜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법이 세계 최초로 제정되었을까?

가정, 학교, 군대, 직장 가릴 것 없이 과거에 좀처럼 볼 수 없던 끔찍하고 패륜적이며 부끄러운 일들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법이라도 만들어서 그와 같은 상황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입법 취지가 일면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런 법없이도 품격있게 살아가는 선진국이나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받던 우리전통사회를 떠올리면 법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벌써 고액의 인성면접 대비반이 생겨나는 등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학생들의 인성평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법은 시행에 들어갔으니 이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인성교육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초기 단계에서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인성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다.

인성은 법에서도 규정한 바와 같이 스스로 내면을 바르게 간직하는 것,     다시 말해서 남이 보든 보지 않든 언제나 간직해야 하는 인간다운 품성을 말한다.

이 때문에 선비들도 신기독(愼其獨), 즉 스스로 홀로 있을 때 삼가는 것을 중요시했다.

인성은 외부의 평가보다 내면의 간직을 더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다음은 방법 문제이다.

인성교육은 지식교육과는 목적이 아주 상이하다. 따라서 방법도 달라야 한다.

지식교육은 주입식 교육이 가능한 영역이다.

그러나 인성교육은 스스로 겸손과 공경 등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교육법은 올바른 삶을 바라보면서 느끼고 흉내내며, 반복해서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이 닮고 싶어하는 삶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법과 제도, 예산 지원과 프로그램 제공보다 더 중요하다.

세월호 때와 같은 모습을 결코 어른들이 다시 보여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쉼 없이 터져 나오는 비리와 부조리는 기성세대의 잘못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일들은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인성이 그릇되어 생긴다.

 

그러니 이제야말로 어른들이 자신을 되짚어 볼 때다.

법 시행에 따라 교사들에게도 인성교육이 의무적으로 시행된다고 하는데,

여기서도 학생 인성을 지도하는 방법보다는 교사들 자신의 인성에 대한 성찰에 먼저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어릴 때 가정에서 부모와 윗사람들의 행동을 보며 익힌 습성에 따라 평생을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부모·형제를 타산적으로 대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훗날 내 자녀도 나를 그렇게 대하길 바라는가?

자녀들은 언제나 등 뒤에서 나의 행동을 보고 있다.

그러므로 미래 세대의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부모·형제를 먼저 공경하고 배려하며, 깨끗하고 품격 있는 일상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녀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그 자식을 알지 못하겠거든 그 아비를 보라(不知其子, 視其父)`는 말이 있다.

아이의 됨됨은 그 부모를 보면 알 수 있다는 의미다.

공자가 그 자손에게 전하는 `공자가어(孔子家語)`의 한 구절이다.

법을 만들 정도로 아이들의 인성이 진정으로 걱정된다면

부모와 교직자, 사회 지도층 모두 아이들에게 원하는 인성을 먼저 실천해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인성 함양 프로그램의 대상도

 학생에 국한하기보다는 취학 전 유아와 성인으로까지 확대하고 장소 역시 학교를 넘어 가정과 군대, 사회 전반으로 넓혀야 한다.

논란 끝에 만들어진 법이지만 힘을 합쳐 제대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병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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