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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일-건강

창업의 비법? / 창업의 육하원칙

by 안산상록수 2015. 9. 21.

전세계 휴대폰 70억개…그중 50억개가 이머징시장에 있다

 

 

 

2005년 여름. 아일랜드 통신업계에서 단맛과 쓴맛을 모두 본 마크 로던은 세상사를 잊고자 두바이로 떠났다. 어느 커피숍에 앉은 그에게 주문을 받기 위해 다가오는 종업원은 딱 봐도 인도 출신 같았다. 그는 종업원이 자신에게 어떤 행운을 안겨줄지 모른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종업원은 통신업계에 종사했었다는 그의 말을 듣자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휴대전화를 활용해 국제금융거래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는 복잡한 은행 송금절차를 거치는 대신 인도 벵갈루루에 있는 자신의 부인 핸드폰에 소액충전을 하는 방식으로 돈을 보내주고 있었다. 물론 송금의 불편함과 중간중간 떼야 하는 무시무시한 수수료는 종업원에게 많은 불편을 안겨주고 있었다. 

하지만 로던은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은행을 통하지 않은 금전 송금 방식이라는 혁신은 그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만일 이 인도 종업원이 필요로 하고 있었던 송금 방식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2500만명의 해외이주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된다면? 마크 로던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고향인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버나드 쇼(1856~1950)의 글귀가 떠올랐다. 

"어떤 사람들은 현실을 보고 왜 그런지를 묻는다. 그러나 나는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바라보며 왜 그렇게 할 수 없는지(Why not)를 묻는다." 

보다 간단하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돈을 송금할 수 있는 휴대전화 충전 서비스. 안 될 게 뭐 있나?(Why Not?) 글로벌 휴대전화 톱업(Top―Up·충전) 서비스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딩*(Ding*)의 창업은 이렇게 두바이 어느 카페에서 이뤄진 짧은 대화에서 시작됐다. 

마크 로던 창업자 겸 CEO는 지난 6월 초 모나코에서 진행된 EY최우수기업가상 시상식에서 매경MBA팀과 인터뷰하면서 "창업의 비법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그들의 생활과 고민에서 비롯된 상상 속의 제품과 서비스를 Why Not?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창업가의 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반드시 그 일을 시작하라(Don't walk past something you can change for the better)"고 말했다. 그가 이런 정신으로 창업한 딩*이 오늘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가 소개했다. 

인도 라자스탄주 출신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해외이주노동자 임란(Imran)은 4형제 중 첫째다. 그의 가족은 택시 운전 수입이 거의 주된 수입원이다시피 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그와 그의 가족들은 매일 들어오는 택시 운송수입 현금을 즉석에서 받는다. 어떤 때는 2달러 금액에 해당하는 소액을 송금받기도 한다. 니카라과 출신으로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일하고 있는 야디라(Yadira)에게 Ding*의 서비스는 9살 짜리 조카가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원천이다. 매주 5달러의 휴대전화 요금을 충전해서 미국에서 니카라과에 있는 언니 유라니아(Urania)에게 휴대폰으로 송금하기 때문이다. 유라니아는 이 돈으로 딸에게 인터넷 접속을 하게끔 하고, 딸은 인터넷을 통해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를 한다. 미국 육군에서 일하고 있는 재니스(Janice)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시절 통역을 담당하던 아흐메드(Ahmed)와 사랑에 빠졌다. 미국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는 재니스는 아흐메드와 결혼하기 위해 각종 예식비용을 전달하려 한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고 요금을 충전한 뒤 아프가니스탄 카불로 전송한다. 누군가의 필요가 Why Not의 정신을 만난 결과, 많은 사람들이 편리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딩*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어떤 것인가? 

▷톱업(휴대전화 충전)을 다른 나라에서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는 아직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에는 딩* 브랜드가 꽤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에든버러(스코틀랜드의 수도)에서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내 친구의 휴대전화 번호로 금액을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국제 간 톱업 서비스에 있어서 시장에 가장 빨리 진출한 회사이고, 점유율 또한 가장 높다. 딩*을 통해 연결할 수 있는 휴대전화 기기 숫자는 40억개에 달한다. '웨스트유니언'(미국·유럽 중심의 외화송금 서비스)과 비슷하지만 우리는 훨씬 소액을 낮은 수수료로 간편하게 송금한다는 강점이 있다. 3초면 송금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수수료는 7%다. 100파운드를 송금하면 7파운드를 수수료로 우리가 가져간다. 

―어떻게 그런 서비스가 가능한가? 

▷모바일 사업자들을 연결하는 것이 업무의 핵심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화면을 통해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시스템이 딩!이라고 소리치는 광경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전 세계 130개국에 350개의 무선통신 사업자들을 연결하고 있다. 비록 그 국가에 있지 않아도 해당 국가의 휴대전화 금액을 즉석에서 충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3초면 해외 휴대전화 충전이 완료된다. 송금이 완료되는 것과 효과는 같다. 매일 100만달러의 송금이 딩*을 통해 이뤄지고 10만번의 송금이 실행된다. 우리 서비스는 2007년 처음 시작한 이후 매년 연평균 170%씩 성장하고 있다.
 
 
 
―두바이에서 인도 종업원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들었는가? 

▷머리 속에 '딩!'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인도 본국에 송금을 한다고 했다. 첫 번째 방법은 웨스트유니언이라는 전통적 외화 송금이었고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두 번째 방법은 놀라웠다. 그는 두바이에서 휴대전화 충전카드를 사서 얻은 고유번호를 사진으로 찍어 벵갈루루에 있는 자신의 부인에게 전송해 줬다. 그럼 부인은 그 번호를 휴대전화에 입력해 요금을 충전했다. 3초 만에 그 모든 작업이 끝났다. 나는 약 12억명의 인도 사람들이 적은 금액이라도 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상상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해외이주 노동자의 송금에 의존하는 필리핀에 이 서비스가 확산된다면 얼마나 많은 가치가 창출될지를 상상했다. 

―오늘날 딩*이 노리고 있는 주된 고객은 누구인가? 

▷절대다수는 해외에서 일하는 이민 노동자들이다. 고향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해외에서 일을 하는 역군들이다. 이들은 주로 미국, 캐나다, 영국, 스페인, 중동 등에서 일하고 있으며 쿠바, 자메이카, 아이티, 인도, 파키스탄, 네팔, 라이베리아 등으로 돈을 송금하고 있다. 이들이 딩*의 서비스를 원하는 이유는 소액송금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꺼번에 큰돈을 송금하는 것보다 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자주 보내는 것에 대한 수요가 더 크다. 비록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가족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좋은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송금을 받는 사람들도 딩*의 서비스를 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휴대전화 충전요금을 활용해 쇼핑, 교육 등이 가능한 모바일 쇼핑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충전이라고 해 봐야 소액일 것 같은데 그래도 의미가 크다고 봐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휴대전화 충전은 재정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저소득층이나 빈곤국 국민에게 휴대전화는 빈곤을 탈출할 수 있는 교육의 수단이 된다. 그들은 시장에서 더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는 방법들을 휴대전화로 파악하고, 오염되지 않은 물을 마시는 방법을 휴대전화로 배운다. 전 세계에는 70억개의 휴대전화가 있다고 한다. 그중 50억개가 이머징 시장에 존재한다. 이 50억개의 휴대전화들은 대부분 선불식이다. 

―선불식 휴대전화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있는가?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월별 요금이 부과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개인의 신용문제 등을 극복하기 위해) 절대다수가 선불충전식을 택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82%가, 라틴아메리카에서는 80%, 중앙아시아에서는 87%, 아프리카에서는 96%가 충전식이다(2013년 GSMA 통계). 월별요금 방식을 택하려면 대부분 은행계좌나 개인신분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냥 은행을 통해 돈을 송금하면 될 것을 휴대전화 충전 방식이라는 우회적 수단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 세계 이주노동자들은 한 해에 6000억달러의 자금을 본국으로 송금한다고 한다. 이 숫자는 은행을 통한 송금액의 규모만 따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은행을 통해 송금할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는 데다가 리스크도 따른다. 돈을 찾는 사람들이 은행에 가서 직접 현금을 수령해야 하는 일이 아직 신흥국에는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 세계에 25억명 인구는 아직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계좌를 가질 수 있는 자격요건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인근에 지점이 없는 경우도 빈번하다. 또한 각종 수수료를 고려하면 매우 비용이 많이 드는 수단이기도 하다. 국제적 톱업 서비스는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다. 오늘날 아무리 빈곤한 나라라 하더라도 은행지점이 부족한 경우는 있지만, 휴대전화 서비스가 안되는 지역은 거의 없다. 

―기존 금융회사들에 딩*은 파괴적 서비스라고 볼 수도 있겠다. 

▷글로벌 송금 시장의 질서를 뒤흔든다는 점에서는 파괴적 서비스라고 할 수도 있겠다. 분명한 것은 매일매일 일정 부분 은행 송금 액수가 휴대전화로 넘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점은 다양한데, 그중 소액금융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 He is… 

아일랜드 출신 기업가. 1991년 데니스 오브라이언과 함께 통신회사인 'Esat'를 창업하면서 통신업계에 뛰어든다. 1997년에는 독자적으로 국제전화 사업인 'Torc'를 창업하고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영국의 월드텔레콤을 인수했지만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져 통째로 회사정리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실패의 경험에 대해 "실사(Due Diligence)의 실패가 컸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가게 내에 현금자동출금기가 자동 탑재되는 모델을 개발해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에 800만달러를 주고 판다. 그는 이 자금 중에서 상당수를 딩* 창업에 활용했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트리니티칼리지를 졸업하고 스위스 IMD에서 MBA를 졸업했다. 

[모나코 = 신현규 기자]

 

 

 

 

'창업의 육하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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